한터 모임, 라디오 인터뷰

2009년 1월 11일, 방에 돌아와 보딩용으로 사 온 타이즈 입고 적는 주말 일기

#1. 한터 모임

취업스터디 모임이 갑작스레, 원치 않던 일시에 잡혀 버리는 바람에(아놔 SM)
한터 모임에 많이 늦어버렸다.
그리고 예상치 못 했던 환대-_- 속에 미안한 마음이 더욱 증폭되었다.

참석 초반의 그 미안한 감정만 제외하면,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은 모두 참으로 (졸업 후 처음보는 여성들은 더욱) 반가웠고,
서로 근황을 얘기하면서 술 한 잔 기울이는 분위기에 기분이 참 좋았다.

뭐니뭐니 해도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것은,
n모 게임사 오팀장님이 쏘아주신 거금의 위스키룸.

양주를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살짝씩 마셔주니 술은 달고 기분은 좋을 뿐이고,
건너편 건물 유리벽 노래방에서 귀엽게 노는 여자아이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이래저래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각 자 쌓아 가고 있는 경험들을 나누는 재미가 특히 좋았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세상을 좀 더 알게 되고,
친구들을 더 잘 알게 되는 기회가 된 것 같고,
내 성장을 위한 자극제로서도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모임을 끝내고 레테네 집에서 32인치 티비로 프리미어리그를 보다 잠들었고,
오늘 아침 "간이 기가 막힌다!"라고 수호가 평가한 레테표 북어국으로 해장을 하는 기쁨을 누리며 이번 만남이 마무리 되었다.

즐거웠다. 신났다. 재미났다!


#2. 라디오 인터뷰

레테집에서 나와 잠실 교보에 들러 책 몇 권을 훑어 봤다.
특히 오프라 윈프리 자서전격의 책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자아상을 비롯한 그녀의 여러가지 면모에 대해 짧막하게 써놓은 글들 중에
가슴에 와닿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아무튼 그녀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다는 책들 중 하나인 "앵무새 죽이기" 영문판을 사들고(영어를 못 하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잠실역 6번 출구에서 1007-1번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에 왠 아가씨가 다가와서는 불쑥 마이크를 들이대더니
라디오 인터뷰를 좀 하잔다.

'이건 뭔가?' 요론 생각을 잠시 하고 있으니
요즘 이슈거리인 '미네르바' 구속에 대해 알고 있냐면서 내 견해를 듣고 싶단다.

사실 그런 정치쪽 시사의 취재원으로 나를 고른 건 그다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어쨌든 말문을 좀 트고 나니 애매모호하면서도 아주 평이한,
특히 그 인터뷰어가 원한, 혹은 유도한 내용의 말들을 해줬다.

생각 외로 만족을 한 것인지
"월요일 아침 8:40분에 하는 CBS이구요, 목소리 나갈거에요~"
라는 멘트를 남기고 미소와 함께 사라졌다.

그 시간이면, 난 아마 못 듣지 싶은데..
혹시 듣는다 해도 굉장히 부끄러울 것 같다. 여러 모로..

아무튼 그렇게 인터뷰가 끝났고,
좀 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인터뷰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들었다.

그 정도의 이슈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극히 적다는 사실과,
뒤늦게 정리되고 있는 내 견해들을 진작에 생각해 내지 못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또 한 가지 들었던 느낌은,
마치 면접을 볼 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하며,
질문받은 순간 답변 내용을 빠르게 구성해야 하며,
상대가 만족감을 느낌 수 있도록 적절히 표현해 내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꼈다.

나의 첫 번째 인터뷰는, 강남역 길거리에서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아, AB형이시구나. 그럼 혹시 AB형의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에피소드가 있으면 얘기해 주시겠어요?"
라는 질문에
"글쎄요,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각이 안 나네요.. 흐흐"
요런 수줍은 멘트를 날리며 인터뷰어의 실망이 녹아든 썩소를 보았던
모 케이블 방송 VJ와의 대면이었다.

아마도 한창 혈액형 신드롬이 불던 때였던 것 같은데,
그 때에 비하면 주제나 인터뷰 내용 모두 어느 정도 성숙해진 느낌이라 다행스럽다.

(나이값 해야지.)

이번 주말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런 저런 만남 덕분에 즐거운 주말을 보냈습니다."